넷플릭스의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주인공들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로 인간의 복잡한 심리적 상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관객으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생생히 체험하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내면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끝없이 나아가려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들은 외부의 위협보다도 내면의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이 드라마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행동이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관객으로서도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각 인물들의 감정선에 더 집중해서 그들의 두려움과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나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했을때 조성하에게 가장 공감이 됐습니다. 거의 빙의가 됐다고 할까요? 유영하의 행동들이 보는 내내 불편하고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조성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성하(김윤석 배우)
조성하는 아내를 위해 외딴 숲 속에서 산장을 운영하며 겉보기에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인사건을 묵인한 그의 선택은 강한 도덕적 갈등을 내포합니다. 이는 양심의 가책과 도덕적 회피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아들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숨기고 외면하려고 하지만 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선택은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죄책감과 자기 비난을 불러일으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부조화라고 하는데, 즉, 자신의 행동과 도덕적 신념 사이에 모순이 발생했을 때 불편한 감정을 느끼며 갈등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조성하는 유영하 살인을 묵인함으로써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그 결과로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사건을 외면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사용합니다.
조성하는 아내의 죽음을 경험한 뒤 혼자 남겨진 상태에서 평온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내를 잃고 고립된 산속에서 살아가면서 그는 감정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을 것이고 그 상태에서 살인사건을 접한 것은 그의 심리에 더 큰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충격은 현실 회피라는 심리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문제를 직면하기보다는 그 문제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은 극한의 스트레스 상활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조성하도 살인 사건을 신고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살인 사건을 신고하면 법적 절차에 휘말리게 되고 이는 펜션사업과 조용한 일상을 모두 잃을 위험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미 가족을 잃었고 그로 인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입니다. 신고하는 순간 상황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날 것이 두려워 본능적으로 그것을 피하고자 한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러한 행동이 책임회피로 설명이 됩니다. 조성하는 자신의 평온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와 법적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을 겼었을 수 있습니다.
조성하가 사건을 신고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려는 행동은 심리학적으로 부정 Denial 이라는 방어기제로 설명됩니다. 이는 자신에게 심리적 고통을 줄 수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조성하는 아내의 죽음 이후 감정적으로 상실감이 컸을 것이고 그로 인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 사건을 덮어두기로 결심하지만 부정Denial 과 회피 Avoidance라는 방어기제는 트라우마적인 사건이나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그 사건을 부인하거나 외면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1년 후 유영하가 다시 나타나고 딸 조의선이 납치되면서 과거의 선택이 불러온 파국을 직면하게 됩니다. 이는 그가 이전에 내렸던 결정들에 대해 후회와 속죄를 느끼게 되는 시점입니다. 인간이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고통받고 그로 인해 다시 새로운 결정을 내리게 되는 과정은 심리학적으로 도덕적 재평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조성하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보며 더 이상 외면 할 수 없게 됩니다.
세번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결국 신고를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를 지켜보던 윤보민의 설득으로 사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윤보민은 조성하에게 어떻게 주먹을 꺼낼 수 있었냐고 질문합니다.
여기서 또 궁금한 게 윤보민은 왜 사건에 일찍 개입하지 않았을까?입니다.
윤보민(이정은 배우)은 과거의 경력을 통해 유능한 형사로 묘사되지만 사건에 뒤늦게 개입한 듯한 모습이 있어 그의 심리적 갈등과 상황적 제약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범인 찾는 술래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사건 해결에 능했지만 산장 마을에 새로 부임한 후에는 과거의 경력에 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윤보민이 사건에 뒤늦게 개입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가 새로운 경찰서장으로 부임하면서 마을의 내부 사정이나 사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을 수 있고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마을의 특수한 상황이나 관계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동해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보 부족과 상황적 제한으로 그녀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윤보민이 사건에 뒤늦게 개입한 것은 캐릭터의 실수나 무능함이 아니라 서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범죄 해결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인 상황입니다. 그녀의 늦은 개입은 기존의 갈등이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는 사건이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가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그가 마을의 사건에 점점 깊이 개입하면서 내면적 성장이나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윤보민이 유능한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뒤늦게 개입한 이유는 정보부족, 내적 갈등 그리고 서사적 구조에 기인한 것입니다. 조성하가 여러 차례 신고하려다 돌아선 이유가 단순히 겁이 나서가 아니라 그가 처한 상황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과 내적 갈등 때문이라는 점을 파악한 것입니다. 조성하는 죄책감과 두려움 그리고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려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윤보민은 조성하가 머리로는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고 싶었지만 감정적 부담이나 책임 회피 때문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윤보민이 조성하에게 질문한 주먹을 어떻게 꺼내게 됐냐고 묻는 것은 그의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끌어내려는 심리적 전략입니다. 이것은 심문 기술의 일환으로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게 하면서 그 행동의 동기나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조성하가 숨기고 있는 감정적 진실이나 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스스로 자백하게 만들기 위해 그의 행동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조성하는 결국에는 윤보민을 도와 유영하의 범죄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보고 있으면 수영장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수영장은 물장구를 치며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작가는 수영장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수영장은 일상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상징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여가와 휴식, 탈출을 상징하는 장소로 발장구를 치며 노는 것은 현실의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내면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과거 행동과 현재 상황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나마 도피하고자 하는 감정의 표출로 볼 수 있습니다.
수영장이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결국 중요한 사건의 장소가 되는 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장치일 수 있습니다. 수영장을 통해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와 서서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드라마 초반에 유영하의 어린 아들이 즐겁게 물총놀이를 하며 놀던 장소로 등장하여 순수함과 행복의 상징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곳에서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이러한 행복이 어떻게 순식간에 파멸로 변할 수 있을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인생에서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비극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영장은 물로 가득찬 공간이라는 점에서 물은 감정의 깊이와 변화를 상징할 수 있습니다. 아들의 즐거움부터 비극에 이르기까지 각 인물의 감정적 깊이와 그 변화를 시각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드라마 처음에는 산장 주인이 수영장 바닥을 청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유영하와 아들이 손님으로 오면서 물이 채워지고 이로써 감정의 흐름과 인물들의 심리적 변화를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작가는 수영장을 중요한 서사적 장치로 사용하여 즐거움과 비극 외면과 내면 운명의 순환 등 다양한 테마를 탐구합니다. 수영장을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하며 이야기 전체에 깊은 의미와 감정적 무게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합니다. 즐거움을 주는 공간에서 예기치 않은 비극이 발생한다는 설정은 드라마적인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인간의 삶에서 행복과 위험이 얼마나 가까이 공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들의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그들이 겪는 심리적 변화와 극적인 사건들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합니다.
유영하는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아들을 죽이는 등 여러 극단적인 선택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선택들은 그녀의 내면에 쌓인 상처, 불안정,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결국 이는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작가는 이러한 유영하의 파괴적인 선택이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의 처음과 끝 매회 시작할 때마다 배우들의 내레이션이 흐릅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이 질문은 고전적인 철학적 고민인 '버클리의 나무' 문제를 연상시킵니다. 이는 물리적 실재와 인식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관찰자 없이 일어난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사건이나 비밀이 있어도 그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이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를 탐구하게 합니다.
숲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특히 살인이나 범죄 같은 중대한 일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은폐되려는 시도와 그 파장을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는 일어난 사건의 중대성을 나타내지만 그것을 듣는 사람이 없다면 그 사건의 영향력은 과연 어떠한가를 묻는 질문입니다.
또한 진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문제를 다룹니다. 숲 속에서의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다면 진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드라마의 주요 테마인 진실과 은폐, 죄책감과 부정 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나무 쓰러짐은 인간의 고독과 고립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도 그것을 공유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인간의 존재와 행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이 됩니다.
내레이션은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관객에게 사건의 은밀함, 실재와 인식의 문제, 진실과 책임, 그리고 인간의 고독과 고립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드라마의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을 더 깊이 있게 탐색하고 복잡한 감정과 동기에 대해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 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고 이렇게 긴 글을 쓰게 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를 정주행 하고 누구에게 공감이 가는지 스스로에게 한 번 질문해 보세요. 유익한 시간이 되실 거에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잘 되길 바라면서 화이팅!! 작가님 다음 작품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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