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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서리뷰]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제목: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교수이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유성호 교수의 교양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www.aladin.co.kr

 

제목이 으스스해서 볼까 말까 망설였지만, 워낙 법의학에 관심이 많고 그리고 유성호 교수님이 유 퀴즈에 나왔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아서 저 직업을 갖은 사람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다. 어떻게 이 책을 접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나의 도서 대출목록에 들어있어 집으로 데리고 온 책이다. 3부로 되어 있는데 매우 잘 넘어가는 책이다. 연명치료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고 그로 인해 나도 어떻게 죽음을 맞이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나의 죽음보다는 부모님에게 어떻게 해 드려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부모님은 준비를 하고 계실까? 유언이나 뭐 그런 비슷한 것을 준비하고 계실까? 그냥 지나가는 말로 강에 뿌려라라고 말은 하시지만 아버지는 국가유공자이기 때문에 현충원에 묻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느 날 갑자기 일이 닥치게 되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막막해질 것 같다.

 

나는 3남매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상조회사에 가입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인들의 장례절차를 지켜본 결과 경황이 없는 틈을 이용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과 절차 자체가 별로였다. 저렇게 마지막을 보내드리는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자식이 부모에게 죽음에 대한 질문 하는 것을 서운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얼마 전 아프면 요양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했다가 천하 막심 불효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장기기증이나 연명치료는 차치하고, 정말 부모님이 원하는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100세 시대라도 언제가 죽음은 다가 올 테니까.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3부까지 다 읽고 묻고 답하기 부분에서 그냥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길, 죽음을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로 본래의 의미로 보면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란 게 특별하지 않다. 이 부분이 그래도 좀 안심이 된다. 지금부터 준비할 수 있으니까.

 

다음은  묻고 답하기 내용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좋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삶이 열심히 사는 삶일까? 평소 많은 죽음을 실제로 또 기록으로 보면서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으며, 이를 통해 삶 속에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자주 해야 한다. 죽음은 급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하기에 꼭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소에 표현해야 한다. 

 

둘째, 죽기 전까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 즉 꿈꾸고 있던 일을 해야 한다. 마지막 순간 삶의 아쉬움이 어찌 없을 수 있겠냐마는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 당장 하지 않는다면 더 큰 후회가 남을 것이다. 

 

셋째, 내가 살아온 기록을 꼼꼼히 남겨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줄 자산이 있어야 한다. 자산은 꼭 돈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주변에 알려주고 싶은 것 모두를 의미한다. 자신에 대한 기억을 사후에도 오랫동안 가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면 이를 기록해 꼭 전하기를 권장한다. 

 

넷째, 자신의 죽음을 처리하는 장례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모으기 위해 경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를 바란다. 어느 정도 금전적인 준비를 해두는 것은 사망 후 남겨진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죽음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다섯째, 지금 건강하다면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 건강이란 질병이 없는 최선의 몸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라고 재정의되고 있다. 

 

즉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평소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 만약 삶의 마지막에 엄청난 후회를 하며 세상을 떠난다면 죽음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참함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임종노트 쓰기

임종노트에 꼭 포함되어야 할 사항은 현실적인 내용과 함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길 이야기가 포함되는 것이 좋다. 우선 자신의 장례에 대한 내용, 즉 원하는 장례방식이 있다면 기록한다. 종교가 있을 경우 그에 맞춰 쓰고 매장 또는 화장 등의 방식 또한 자세하게 기술하는 것이 남은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준다. 또한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싶은 사람을 쓴다.

 

현실적으로 사망 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산이다. 돈과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통장이 있다면 비밀번호가 무엇인지 등과 함께 재산의 분배에 대한 사항을 자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이때 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서의 형식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빌려주거나 빌린 돈이 있다면 사망 후 유산과 관련된 복잡한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깔끔히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임종 노트에 포함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은 남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전하고 싶거나, 남은 가족들에게 인생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면 그것을 자세히 기록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나를 기억해주고 나의 인생을 이해해 줄 수 있다.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책을 다 읽은 후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자살과 연명치료였다. 봄이 되면 자살한 시체 부검을 많이 하게 된다는 법의학자의 말에 왜 봄일까? 생각해 보았다. 나도 매 해 죽을까 생각한다. 힘들 때마다 도피와 회피의 방법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곤 하는데 어느 날은 구체적인 방법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고유정이 남편을 죽이고 뉴스에 매일 같이 나올 때는 어떻게 저런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었다. 죽이고 죽는 문제가 너무 쉬워 보였다. 하지만, 죽으면 이 모든 게 끝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면? 영화를 많이 본 탓일까? 그냥 상상만으로 영화 한 편을 제작하고 만다. 어느 팝캐스트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소설을 써보라고 했다. 그러면 나도 조앤 롤링처럼 인생 역전할 수 있으려나? 내가 죽으면 부모님이 애통해하는 모습이 너무 눈에 선해 차마 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살의 원인에 대해서 나오는데,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부채의식이다. 실제로 짐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속감 부재와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소속감이 없어지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극심한 소외감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마지막 원인은 죽음에 대한 무감각적인 학습이다. 이것은 사회적 역할이 방기 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할 텐데,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문제의 해결책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 중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이든 자살은 죽은 사람에게 한정되지 않고 주변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마련이다. 우선 부채의식이나 소통 단절을 이유로 자살했을 때 자살자의 유족이 그 부채가 덜어졌다고 느끼는 경우를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남은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잘못된 자기 통제로 자살을 하게 되는 경우 결국 주변 사람들, 특히 유족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죽을 권리, 연명치료 

죽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의제는 '죽을 권리'다. 나의 생명을 스스로 온전히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를 두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있는 것이다. 중환자실에 몸에 굉장히 여러 개의 줄을 달고 있는 환자를 보게 된다. 환자는 여러 개의 줄에 에워싸여 있는 가련한 모습이다. 이러한 환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보호자의 심정은 어떨까? 의식이 없는 상태로 수많은 줄을 달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환자를 보게 되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상념이 든다고 한다. 사랑하는 환자의 상태를 어쩌지 못하는 일종의 자괴감이 아닐까 싶다. '이게 과연 부모님이 원하시는 마지막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이제라도 무의미한 치료는 멈추는 것이 어떨까 고민하게 된다.

 

연명의료라는 것은 자기 결정권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를 야기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에서 진정한 자기 결정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치료 내용과 치료 장소를 결정하기보다는 주로 가족 등 보호자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을 하나의 여정 또는 작품이라고 본다면 죽음은 마지막 종착지 또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즉 나만이 완성할 수 있는 내레이션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죽음은 의사의 내레이션이 되고 말았다. 내 인생을 내가 끝내야 하는데 인생의 결정권이 생판 모르는 의사나 가족에 의해 행사되고 있다. 다들 자신의 죽음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내일 오든, 몇십 년 후에 오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물질적, 심리적 정리는 삶의 정리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책임, 권리, 의무에 대한 여러 가지 귀속을 마쳐야 편안히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사람들 중에서 분명 영생을 준다 해도 거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각자의 운명을 자신의 주체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알 수 없는 영생을 기다리며 환상에 빠져 지내기보다는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을 낭비 없이 꽉 채우는 온전한 현재의 삶을 사는 것이다. 영생에 대한 환상을 가지더라도, 즉 죽음을 어떻게 인지하든 모든 생명체는 반드시 언젠가는 소멸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죽음은 실존적으로 반드시 부딪쳐야 되는 사건이며 우리 주변에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어떠한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깊은 의미를 품는다. 

 

나의 죽음은

자주 나는 왜 태어났을까? 생각해 본다. 선택권이 없었던 나의 탄생은 어려서부터 참 힘들었다. 성격적으로 소심하고 예민한 아이였다. 사람과 주변 환경에 너무 민감해서 어린 나에게 하루하루 눈을 뜨는 것은 숨을 곳을 먼저 찾게 되는 큰 두려움이었다. 매일 같이 숨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나와 정반대의 성격으로 모든 걸 씩씩하게 해 내길 바랬다. 나는 지금도 마음속에 어린애를 키우고 있다. 중년을 시작하는 나이에도 밖으로 나가는 일이 두렵다. 점점 더 사람 관계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점점 더 구석으로 숨어드는 느낌이 든다.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를 쓰는 일이 사람들과 모임이 없다는 것이 내겐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책을 읽고 그 속에 숨어드는 일, 드라마에 풍덩 빠져 남주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즐겁다. 1인 가구인 나는 형제들이 있지만 죽음에 대한 대비는 전문기관에 맡기고 싶다. 얼마 전 이영자 님이 실버타운을 돌아보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내 또래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에게 아주 좋은 정보가 되었다. 60세 이후에 연금을 받고 그 돈으로 좋은 시설의 실버타운에 들어가 노후를 보내는 것도 여러 가지 중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건물이 무너져 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나는 그 뉴스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매일 출퇴근을 하는 길에서 당한 사고라 남일 같지 않았다. 내가 다니는 길에도 건물 공사현장이 여러 군데 있기 때문이다. 또 일하는 곳에서 무거운 크레인에 깔려 돌아가신 분, 엘리베이터에서 추락사하신 분 등 일상에서 얼마든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 어쩌면 살아서 멀쩡히 집에 온 것이 기적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거나 예감하는 죽음을 맞이하거나 마지막은 내가 선택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죽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내 인생의 마지막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임종노트나 연명치료 의사 등을 남길 수 있는 인터넷 자료가 있다고 한다. 내 의식이 더 진화한다면 장기기증의 수준까지 도달해 보고 싶다.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생각해 볼 것을 권고하는 책인 것 같다. 청계천 입구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조형물 같은 책의 표지와는 다르게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천천히 기록해 봐야겠다.

 

지금 이 시점에 방향을 잃은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