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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일 3깡! 깡으로 다녀온 한라산 백록담 9시간 왕복 기행기

지난 주말 한라산 백록담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한라산이 이렇게 험하고 높은 산인지 모르고 마냥 들떠서 정보 없이 올라갔는데, 내려오는 길에 가장 꼴찌로 기어기어 마지막 회전문을 통과했습니다. 출발도 늦었고 도착도 늦었던 백록담 기행기입니다. 요즘 날씨가 좋아 제주도 가시는 분들 많을 텐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일행과 조금 늦게 출발을 하였습니다. 10시경 입구를 통과하여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출발하면서 아래 등산 안내문을 찍었는데 매우 중요한 내용이니 꼭 숙지하고 등반하시길 바랍니다. 

 

■ 왕복(19.2Km) 9시간이 소요되니 체력을 감안하여 알맞게 가십시오.

식수가 귀하니 충분히 준비하십시오. (식수는 적어도 2리터 필요합니다.)

대부분 돌 길이므로 구두, 슬리퍼를 신고는 등산할 수 없습니다. (발목을 감싸는 등산화와 땀 배출이 되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 정상에서는 관음사 코스로도 하산할 수 있습니다.  

 

체력에 맞게 등산

 

10시가 넘어서 출발할 경우 1시까지 진달래 대피소까지 가더라도 정상까지 시간이 촉박하여 제대로 백록담을 볼 수 없습니다. 2:30이 되면 직원분이 내려가라고 계속 재촉합니다. 왜냐하면 갈 길이 멀기에 시간이 늦어지면 어둡고, 야생동물 등 위험요소가 많아지므로 2:30 전에 무조건 하산을 하셔야 합니다. 중간에 사라오름을 가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1시까지 진달래밭 가야함

 

오전 10:13

드디어 출발!!

 

 

출발 

 

오전 10:14

초반 산행은 난이도 下 하로 평평한 길이 이어지고 멍석을 깔아 두어 걷기 쉽습니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피톤치드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 기분이 아주 좋아집니다. 

 

 

소나무 숲

 

오전 11:15

소나무 숲으로 바뀌면서 소나무 송진 냄새가 짙어지네요. 

 

 

소나무 숲

 

오전 11:15 

같이 출발한 아저씨를 졸졸졸 따라갑니다.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평평한 멍석 길과 계단이 번갈아 가며 나옵니다.

 

속밭대피소에서는 화장실과 수분 보충만 하고 휴식 없이 강행군합니다. 1시까지 진달래 대피소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죠.  

 

진달래밭 대피소

 

오후 12:42

진달래밭 대피소 도착. 아슬아슬하게 통과했어요. 여기서도 화장실과 수분 보충만 하고 바로 정상으로 향합니다. 2시 30분 전에 백록담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죠. 뭔가 시간에 쫓기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오기가 발동합니다. 요즘 가수 비가 1일 3 깡은 기본이다.라고 말하는 데 오늘 정말 깡 부리는 날입니다. 

 

 

 

오후 1:33 

풍성한 나무숲을 지나고 나무의 생태도 바뀌고 표면에 돌이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강한 햇빛과의 싸움입니다. 등산화와 모자 등 장비를 어느 정도 갖추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등산화와 모자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같이 간 친구는 12시경 하산을 시작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장비를 전혀 갖추질 않아 힘들고 내려가는 길이 너무 까마득하다며 돌아갔습니다. 잘한 것 같습니다. 여기부터는 정말 오르막이 연속이고 난이도 上상 코스가 계속됐습니다. 물이 부족했는데 1리터를 채 준비를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정말 살려고 조금씩 아끼면서 먹었습니다.

 

 

 

 

태풍의 피해를 본 듯 쓰러진 나무들이 제법 많아 기록에 남겨두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 까요? 이곳은 어느 황량한 사막 같은 느낌을 제게 주었습니다. 뭔가 생명력이 없는 느낌을 받은 이곳부터 일까요? 저에게는 고행길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가파른 언덕과 험한 돌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다리가 삐끗할 것 같아 정말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었습니다. 

 

 

 

오후 1:39

저는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아 저쪽에서 넘어오는 사람들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저 너머에 백록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후 1:39

계단이 계속됩니다. 난관 밧줄 부여잡고 올라갑니다. 

 

 

 

오후 1:42

힘들지만 이때부터 기대감에 고통이 사라졌습니다. 저기만 넘어가면 거대한 백록담을 보고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생각에 매우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한라산 풍경
한라산 풍경
한라산 풍경

 

오후 1:51

여기는 백록담 바로 직전인데 정말 장관입니다. 여기서는 땀을 한 번 식히고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보상받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백록담

 

백록담

 

오후 2:10

드디어!!! 백록담입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사진에 다 담지 못해 아쉽지만 실제로는 더 웅장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라면 아니라 더 많이 먹어야 함. 

 

오후 2:20

앉기가 무섭게 직원분이 내려가라고 방송을 하네요. 그래도 라면을 꼭 먹고 싶었습니다. 꿋꿋이 앉아 먹고 인증사진도 찍고 내려왔습니다. 백록담을 더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네요. 다음은 없는데 말이죠. 백록담 일정 있으시면 일찍 서둘러 가세요. 정상에 평상도 있고 충분히 쉬다가 내려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한 숨 때리는 분들도 많았어요. 모든 게 아쉽네요. 백록담을 뒤로하고 2:30분 하산을 시작합니다. 

 

 

회전문 통과

 

오후 3:54 

내려오는 길은 더더더 힘드네요. 도가니가 너덜거리는 느낌이에요. 무사히 하산하길 바라며 진달래밭 대피소를 통과합니다. 

 

 

진달래밭 대피소

 

진달래밭 대피소 화장실

 

오후 4:05

이곳은 진달래밭 대피소 화장실인데 제주도스러워 찍어봤어요. 우주선 같기도 하고 행성 같기도 하네요.

 

 

레일 계속 궁금했던 것

 

오후 4:52

하산을 하는 길에 기계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뭔가 봤더니, 코끼리 열차가 내려오고 있네요. 노약자와 어린이, 직원분들이 이동하는 모노레일이었어요. 너무 부러워 한참 바라봤습니다. 저도 좀 태워주세요~~~ 

 

 

하산 길에 모노레일 지나가는 소리

 

사라오름 갈림길에서

 

오후 5:05

오전에 이곳에서 잠깐 고민했지만 제 목표는 정상이었기 때문에 냅다 고를 외치며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사라오름을 충분히 보고 오는 게 나았으려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백록담과의 짧은 20분이 너무 아쉬웠어요. 

 

 

노루랑 마주침

 

오후 7:13

저기 노루 뛰어가는 거 보이세요? 왼쪽 상단에 자세히 보시면 보입니다. 주변이 어둡고 인기척이 없으니 노루가 다 나와서 뛰어놀더라고요. 서로 보고 놀라서 도망갔습니다. 이러다가 어떻게 되어도 날 도와줄 사람이 없겠다 싶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려왔습니다. 이미 이때 제 다리는 감각이 없고 떠밀려서 내려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지막 회전문

 

오후 7:51 

드디어 마지막 회전문 통과. 공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공원 관계자 분들은 다 퇴근하시고 사람 한 명 없는 거 있죠? 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것은 개인이 다 책임지고 할 일이었습니다. 혼자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만약에 다시 오더라도 체력이 맞는 친구와 와야겠습니다. 그래야 서로 도움 줄 수도 있고, 특히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아쉬웠습니다. 부탁해서 찍기는 했지만 서러웠어요. 

 

 

 

스트라바에 정확히 찍힌 기록

 

한라산 백록담 해발 1,950m 남한에서 가장 높은 휴화산을 정복하고 돌아왔네요. 출발 직전에 스트라바를 켜고 올라갔어요. 걷기만 8시간을 꼬박 걸었고, 1시간 정도 휴식을 쪼개서 했어요. 이 날 걸은 걸은 걸음수가 43,385 걸음. 제 평생 처음 이렇게 걸어봤네요. 정말 깡으로 마지막까지 낙오되면 답도 없어서 이를 악물고 내려왔습니다. 지금도 종아리가 아프고 계단 내려갈 때 비명을 지르곤 합니다. 가기 전 백록담 후기를 찾아보았는데 다들 너무 쉽게 뿅 올라갔다 짠 내려왔다고 해서 쉽게 생각했는데 절대 아닙니다. 준비 잘하시고 간식도 가득 챙겨서 올라가세요. 기록도 많이 남기시고요. 이상 끝.

 

 

한라산 백록담 가는 길 가슴벅찬 풍경